<한겨레신문>
이탈리아엔 미켈란젤로, 독일엔 뒤러
북유럽 르네상스 이끈 뒤러 활자혁명과 결합한 판화로근대로의 블루오션 개척 독일이 아끼는 국민화가로 추앙
합스부르크 황제 카를 5세가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물었다.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하나만 이야기해보라고. 뜻밖의 제안을 들은 미켈란젤로는 잠시 궁리를 하는가 싶더니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뒤러입니다. 저한테 황제 자리를 준다면 당장 도망치겠지만.”
연금이나 두둑하게 달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던 카를 5세는 헛다리짚은 셈이 되었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황제자리도 마다면서 꼭 되고 싶었다는 뒤러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뒤러 평전이 드디어 우리말로 출간되었다.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를 펼쳐 든 순간, 분하면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손대리라고 진작 침을 발라두었는데 차일피일 게으름 피다가 선수를 빼앗겼으니 애통하면서 분했고, 이런 흥미진진하면서도 난해하기 짝이 없는 번역의 수고를 덜게 되었으니 인문학에 대한 책무를 덜게 되었다는 생각에 홀가분하면서도 고마웠던 것이다.
뒤러는 르네상스 독일 화가다. 지금은 유로화로 통일되었지만, 이전의 독일 마르크 화폐에는 뒤러의 작품이나 그의 스타일이 거의 싹쓸이를 했다. 조금 과장을 한다면, 독일 사람들은 미켈란젤로에다 피카소를 덤으로 끼워서 준다고 해도 자기네들 국민예술가인 뒤러와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코리아의 세종대왕과는 바꾸고 싶어 할지 모르겠다.
뒤러 평전을 쓴 사람은 파노프스키다. 미술사학의 아버지이자, 인문학계의 진정한 괴물로 일컫는 인물이다. 미술사나 근대 사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100종이 넘는 파노프스키의 저작 목록을 훑어보고 깜짝 놀랐다가, 그 목록들이 하나같이 학계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초난감 주제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만 대경실색하게 마련이다. 특히 책상물림 인문학자들이 손사래치는 르네상스 원근법, 인체비례, 도상해석학 등의 굵직굵직한 주제들은 파노프스키의 손을 거쳐서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의 물꼬가 트였다. 한 마디로 실전교관 파노프스키의 인문학 지옥캠프에서 극기 훈련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학문의 군기가 제대로 잡혔다고 말할 수 없다.
미술의 황금시대를 연 것은 르네상스였다. 르네상스는 예술이 모든 인문학과 자연과학 그리고 종교와 사상과 철학을 앞서서 이끌었던 시대였다고 한다. 르네상스가 이탈리아에서 발원한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르네상스 바이러스가 알프스를 거쳐 북유럽에 넘어오는 감염경로를 따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뒤러는 1494년과 1505년 이탈리아를 두 차례 방문했다. 그리고 이탈리아 화가들로부터 원근법과 인체비례이론 등 유럽 최고의 첨단 미술이론을 배워왔다. 주머니에 먼지 풀풀 날리는 빈털터리 주제에 예술의 진보를 위해 제 삶을 투척했다는 점에서, 목숨을 건 생체실험 끝에 결핵 백신을 발견한 의사 파스퇴르의 업적에 비길 수 있다. 뒤러의 이탈리아 방문이 없었더라면 북유럽 르네상스는 17세기에나 시작되었을 것이다.
노성두/서양미술사학자
: adapted from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534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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